토이 스토리 5 (스크린타임, 우디의 귀환, 가족 관람)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저에게 그냥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작품입니다. 그래서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과 동시에 살짝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3편에서 이미 완벽하게 마무리됐고, 4편에서도 우디가 새로운 길을 선택하며 이야기가 아름답게 정리됐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정말 더 할 이야기가 남았을까'라는 물음표를 안고 극장에 앉았는데, 첫 장면부터 그 물음표는 조금씩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기본 정보 및 관람 포인트 이번 작품은 픽사의 대표 프랜차이즈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네 번째 속편입니다. 톰 행크스가 우디, 팀 앨런이 버즈 라이트이어 목소리를 다시 맡았고, 조앤 큐잭이 연기한 제시가 버즈와 함께 극을 이끄는 새로운 축으로 등장합니다. 여기에 배변 훈련용 장난감 '스마티 팬츠'(코난 오브라이언), 디지털카메라 '스내피', 지도 기기 '아틀라스' 등 스마트 기기 시대를 상징하는 신규 캐릭터들이 합류했습니다. 아이들의 태블릿 '릴리패드' 역은 그레타 리가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장르는 픽사 특유의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이번에는 장난감과 스마트폰·태블릿의 대립이라는 시대적 소재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관람 포인트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전 시리즈보다 한층 발전한 픽사의 그래픽과 디테일. 둘째, 스마트 기기 시대를 상징하는 신규 캐릭터들의 존재감. 셋째, 이미 두 번이나 완벽하게 마무리된 시리즈에 우디가 다시 등장하는 것이 이야기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 살펴보는 재미입니다. 내가 직접 극장에서 느낀 것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체감한 건 그래픽의 발전이었습니다. 햇빛이 비치는 나무와 하늘, 장난감 표면의 질감까지 이전 시리즈보다 훨씬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한순간 실사 영화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고, 픽사의 기술력이 다시 한번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작품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를 중심 소재로...

신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스케일, 성장서사, 세계관)

기대 없이 재생한 영화가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들의 전쟁이 시작된다'가 딱 그랬습니다. 이집트 신화를 현대적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재해석한 이 작품, 처음 5분 만에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오프닝부터 황금빛 멤피스 도시와 신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관이 펼쳐지는데, 볼 만한 영화를 찾다가 실망했던 분들에게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케일: 이집트 신화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집트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면 으레 피라미드 앞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모험 정도를 떠올리는데, 이 작품은 그 스케일이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신들이 인간보다 수 배 거대한 모습으로 변신해 맞붙는 장면은 마치 게임의 보스전을 실사로 옮겨놓은 듯한 박진감을 전달합니다. 특히 압권은 태양신 라(Ra)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라는 이집트 신화에서 태양을 관장하는 최고신으로, 영화 속에서는 우주의 끝에서 거대한 배를 타고 아포피스(Apophis)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아포피스는 혼돈과 파괴를 상징하는 우주적 괴물로, 매일 태양을 삼켜 세상을 어둠에 빠뜨리려는 존재입니다. 이 신화 속 설정을 우주 스케일의 전투로 시각화한 방식은 제가 본 신화 영화 중에서도 꽤 독창적인 접근이었습니다. 사후세계인 두아트(Duat) 역시 인상적입니다. 두아트는 이집트 신화에서 죽은 영혼이 심판을 받고 영원한 안식을 향해 나아가는 영역입니다. 영화는 이 공간을 세트의 탐욕이 지배하는 왜곡된 장소로 설정했는데, 황금을 바치지 못한 영혼은 최후의 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설정이 현실의 권력 구조와 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든 생각은 "신화를 이렇게 현대적으로 비틀 수도 있구나"였습니다. 이 작품이 시각적으로 뛰어난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과 인간의 크기 차이를 활용한 연출로 권력의 위계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점 사후세계, 우주, 피라미드 ...

디 업사이드 (케미, 연기, 리메이크)

전신마비 자산가와 전과자 출신 백수가 한 공간에서 지내면 어떻게 될까요. '디 업사이드(The Upside)'는 그 조합을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뻔한 감동 영화겠거니 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예상과 꽤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않는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남자의 첫 만남, 이게 면접 맞나요 필립 라카스(브라이언 크랜스톤)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억대 자산가입니다. 전신마비, 즉 경추 손상으로 인해 목 아래 신체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로, 24시간 생활 보조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경추 손상이란 목 부위 척수가 손상되어 사지를 움직이거나 감각을 느끼는 기능이 차단된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 필립 앞에 나타난 사람이 델(케빈 하트)입니다. 감방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전과자인데, 면접 자리에 사인만 받으러 들어온 겁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피식 웃었습니다. 정장 차림의 지원자들이 줄 서 있는데 델은 고용 서류에 도장만 찍어달라며 태연하게 들어옵니다. 보통 이런 설정이면 주인공이 열정을 보여주며 채용되는 흐름인데, 델은 그 반대입니다. 뻔뻔함 그 자체였는데 오히려 그게 필립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필립은 스펙 좋은 지원자들이 식상했던 겁니다. 모두가 준비된 말을 늘어놓는 자리에서 사인만 받으려는 남자가 등장하니 오히려 궁금해진 것이죠. 면접은 그렇게 시작되고, 델은 그 자리에서 합격 통보를 받습니다. 그런데 정작 델은 고민합니다. 이 장면이 영화의 톤을 단번에 잡아줍니다. 서툰 케미가 만들어낸 진짜 웃음 케미스트리(Chemistry)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배우들 사이의 호흡과 감정선이 화학 반응처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디 업사이드'에서 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케빈 하트의 케미스트리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제가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도관 교체 장면입니다. 도관이란 신체 내부의 체액이나 분비물을 체외...

미니언즈 & 몬스터즈 (배경, 영화오마주, 완성도)

미니언즈 시리즈가 일곱 편째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이제 바닥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오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처럼 미니언즈를 그냥 아이들용 소동극 정도로 여기던 분이라면, 이 작품은 꽤 당혹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1920년대 할리우드, 미니언즈가 거기서 왜 나와 시리즈 전작들은 대부분 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번 작품은 시간축을 과감하게 뒤로 당겼습니다. 무성 영화(소리 없이 배우의 몸짓과 자막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던 초기 영화 형식)가 전성기를 누리던 1920년대 로스앤젤레스가 이야기의 주 무대입니다. 기존 시리즈에 등장하던 미니언즈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무리인 제임스, 헨리, 에드가 이 시대에 뚝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이 설정이 그냥 코스튬 바꾼 수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배경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니언어(미니언즈가 사용하는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여러 언어를 뒤섞어 만든 가상의 언어)로는 당연히 실제 대사를 소화할 수 없어서, 유성 영화 시대가 오자 배우로서의 자리를 잃게 된다는 전개가 이 시대 배경 없이는 아예 성립하지 않거든요.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프닝 시퀀스였습니다. 현재의 유니버설 픽처스 로고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 형태로 되돌아가는 연출인데, 영화사에 대한 경의를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좀 새로웠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넘어갔겠지만 어른 관객 입장에서는 "아, 제대로 만들었구나" 싶은 첫인상이었습니다. 배경 미술의 디테일도 상당했습니다. 1920년대 할리우드 야외 세트장의 색감과 구도가 단순히 레트로풍으로 흉내 낸 수준이 아니라, 당시 무성 영화 특유의 과장된 조명과 연기 방식까지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냈습니다. 화면이 클수록 이 디테일이 더 살아나서, 이 작품만큼은 스트리밍보다 극장이 훨씬 이득인 선택이라고 생...

모아나 실사판 (원작 재현, 폴리네시아 캐스팅, 마우이)

애니메이션 를 몇 번이나 돌려봤던 사람으로서, 실사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원작이 워낙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던 만큼 '과연 그 감성을 실사로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컸거든요. 예매를 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는데, 막상 스크린 속 남태평양 풍경을 마주하자 그 걱정의 절반은 금세 사그라들었습니다. 영화 기본 정보 및 관람 포인트 이번 작품은 2016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를 실사로 재구성한 영화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연출가 출신 토마스 카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모아나 역은 캐서린 라가아이아가 새롭게 맡았고, 반신반인 마우이 역은 애니메이션에서도 목소리를 연기했던 드웨인 존슨이 다시 출연합니다. 모아나의 아버지 투이 족장 역은 존 투이, 지혜로운 탈라 할머니 역은 레나 오웬이 맡아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장르는 뮤지컬과 어드벤처가 결합된 가족 영화로, 폴리네시아 및 태평양 섬 출신 배우들로 전체 캐스팅을 구성한 점이 큰 특징입니다. 관람 포인트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실사 세트와 시각효과가 결합된 항해 장면의 스케일. 둘째, 원작의 인기곡들을 실사 배우들이 직접 소화하는 뮤지컬 넘버. 셋째, 익숙한 이야기를 얼마나 새롭게 재해석했는지, 혹은 재해석하지 못했는지를 따져보는 재미입니다. 내가 직접 극장에서 느낀 것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건 남태평양의 풍경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에메랄드빛 섬, 하늘의 색감까지 상당히 공들여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림으로만 상상했던 공간이 실제 자연처럼 눈앞에 펼쳐지니 초반 몰입감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모아나가 카누를 타고 바다 위를 항해하는 장면에서는 화면이 시원하게 펼쳐져서 마치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캐서린 라가아이아가 연기한 모아나는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렸습니다. 원작의 이미지를 그대로 흉내 내기보다 자신만의 톤으로 캐릭터를 채워나가려는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