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 몬스터즈 (배경, 영화오마주,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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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 시리즈가 일곱 편째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이제 바닥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오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처럼 미니언즈를 그냥 아이들용 소동극 정도로 여기던 분이라면, 이 작품은 꽤 당혹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1920년대 할리우드, 미니언즈가 거기서 왜 나와
시리즈 전작들은 대부분 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번 작품은 시간축을 과감하게 뒤로 당겼습니다. 무성 영화(소리 없이 배우의 몸짓과 자막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던 초기 영화 형식)가 전성기를 누리던 1920년대 로스앤젤레스가 이야기의 주 무대입니다. 기존 시리즈에 등장하던 미니언즈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무리인 제임스, 헨리, 에드가 이 시대에 뚝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이 설정이 그냥 코스튬 바꾼 수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배경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니언어(미니언즈가 사용하는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여러 언어를 뒤섞어 만든 가상의 언어)로는 당연히 실제 대사를 소화할 수 없어서, 유성 영화 시대가 오자 배우로서의 자리를 잃게 된다는 전개가 이 시대 배경 없이는 아예 성립하지 않거든요.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프닝 시퀀스였습니다. 현재의 유니버설 픽처스 로고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 형태로 되돌아가는 연출인데, 영화사에 대한 경의를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좀 새로웠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넘어갔겠지만 어른 관객 입장에서는 "아, 제대로 만들었구나" 싶은 첫인상이었습니다.
배경 미술의 디테일도 상당했습니다. 1920년대 할리우드 야외 세트장의 색감과 구도가 단순히 레트로풍으로 흉내 낸 수준이 아니라, 당시 무성 영화 특유의 과장된 조명과 연기 방식까지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냈습니다. 화면이 클수록 이 디테일이 더 살아나서, 이 작품만큼은 스트리밍보다 극장이 훨씬 이득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오마주, 아이와 어른이 다른 지점에서 웃는다
미니언즈 시리즈가 보통 아이들 웃음 포인트에만 집중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번 작품은 그 공식을 꽤 의식적으로 비틀었습니다. 슬랩스틱(과장된 몸개그 중심의 웃음 형식,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이 대표적인 사례)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그 위에 성인 관객을 겨냥한 레퍼런스 층이 꽤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한 건데, 어린이 관객들이 몸개그에 크게 웃을 때 성인 관객들은 배경에 살짝 지나가는 영화 패러디를 보고 조용히 혼자 웃는 장면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카사블랑카나 시민 케인 같은 고전 명작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는 장면들이 그렇습니다. 같은 화면인데 두 집단이 완전히 다른 이유로 웃고 있다는 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장치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깜짝 등장
- 카사블랑카, 시민 케인 등 고전 명작의 장면을 직접 오마주한 시퀀스
- 도트 캐릭터를 통한 1951년작 지구가 정지하는 날 속 고트 캐릭터 오마주
- 일루미네이션이 100년 전에 존재했다면 어떤 로고를 썼을지 재해석한 오프닝
- 자신들의 프랜차이즈 굿즈 판매량을 스스로 풍자하는 메타 개그
메타 개그(작품이 스스로를 의식하고 자기 자신을 소재로 삼는 유머 방식)는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미니언즈가 차세대 스타로 뜨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굿즈 판매량을 풍자하는 대목은 제가 보기엔 시리즈 역사상 가장 영리한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우린 더 이상 악당이 아니야! 영화계에서 일한다고!" 같은 대사가 그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의미 있는 자기 비틀기로 기능하거든요.
할리우드 감독 맥스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발츠의 목소리 연기는 따뜻하고 열정적인 캐릭터를 잘 살려냈는데, 유성 영화 시대가 오면서 이야기에서 존재감이 줄어드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초반부에 맥스와 미니언들이 함께 만들어내던 에너지가 후반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영화협회(BFI)의 무성 영화 아카이브를 찾아볼 생각이 든 것도 이 영화 때문이었는데, 고전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도,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작품의 완성도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완성도를 기대하느냐"입니다. 슈퍼배드 시리즈처럼 그루와 딸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감정선의 깊이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그 기준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반면 루니 툰(워너 브라더스의 고전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황당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 특징)식의 무정부적 에너지와 쉴 새 없는 전개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 작품은 시리즈 역대 최고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미니언즈를 단순한 개그 머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임스라는 캐릭터는 예상보다 훨씬 진지한 설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악당 보스를 모시는 것보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진 캐릭터인데, 이 설정이 이야기 전체에 방향을 제공합니다. 다만 그 방향이 후반부에서 살짝 흐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몬스터가 대거 등장하는 시점부터 이야기의 중심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몬스터 파트 자체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눈이 여러 개 달린 주황색 괴물 아이린이 1920년대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돌아다니는 장면의 시각적 상상력은 꽤 인상적이었고, 미니언즈가 아이린의 뱃속에서 허둥대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크게 웃었습니다. 트레이 파커가 연기한 크툴루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 구미(인류 역사보다 오래된 우주적 존재를 다루는 공포 소설에서 차용한 설정)의 목소리가 그가 사우스 파크에서 맡았던 에릭 카트먼과 너무 흡사해서 순간 몰입이 깨지기도 했지만, 이게 또 나름대로 웃겼습니다. 지구가 정지하는 날(1951) IMDB 페이지를 보면 도트 캐릭터의 원형이 된 고트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오리지널과 오마주를 비교하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프랜차이즈 전체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슈퍼배드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이라는 무게를 달고 있으면서도 반복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 시도 자체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후반부가 다소 느슨해졌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정도 에너지와 방향성이면 시리즈 최고작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버스터 키튼 무성 영화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영화가 어른에게 고전 영화를 다시 꺼내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합니다. 스트리밍으로 나중에 보면 초반 야외 세트장 장면들이 절반쯤 죽습니다.
--- 참고: https://kr.ign.com/minions-monsters/15236/minieonjeu-monseuteojeu-ribyu- 공유 링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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