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리뷰 (배우 조합, 냉전 배경, 케네스 브래너)

주말 저녁에 '그냥 편하게 볼 만한 거 없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유치하지도 않은 딱 그 사이 어딘가. 저도 그런 마음으로 애플 TV+에서 《메이데이》를 틀었는데, 라이언 레이놀즈가 나오는 액션 코미디라는 것 외에 아무 기대 없이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꽤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될 만큼요.

배우 조합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이면 보통 그가 영화를 통째로 끌고 가는 구조를 떠올립니다. 《데드풀》 시리즈가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탓도 있고, 그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방식이 이미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메이데이》에서는 그 공식이 조금 다르게 작동합니다.

주인공 트로이 켈리는 미 해군의 엘리트 파일럿(전투기 조종사)입니다. 뼛속까지 미국 중심주의로 무장한 인물로, 레이놀즈 특유의 오만함과 유머가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보면서 더 눈에 들어왔던 건 케네스 브래너였습니다. 그는 전직 KGB 요원 니콜라이 역을 맡았는데, KGB란 냉전 시대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로 국내외 첩보와 공작을 총괄하던 기관입니다. 묵직한 전직 스파이의 무게감을 가지면서도, 《탑건》 같은 미국 팝 문화에 열광하는 의외의 면모를 동시에 소화했습니다.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오드 커플(Odd Couple)' 케미스트리, 즉 성격이나 배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억지로 한 팀이 되면서 벌어지는 충돌과 유대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브래너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액션을 소화하면서 극을 이끌고, 레이놀즈가 그 틈에서 코미디적 리듬을 잡아주는 구조가 꽤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냉전 배경

배경은 1987년, 냉전(Cold War)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입니다. 냉전이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직접 무력 충돌 없이 이념과 군비 경쟁으로 대립하던 시대를 말합니다. 영화는 미 해군의 극비 정찰기인 SR-71 블랙버드가 소련 영공에서 격추 위기에 처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SR-71 블랙버드는 실제로 냉전 시대에 운용된 미국의 초고속 전략 정찰기로, 고도와 속도 면에서 당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했습니다.

눈 덮인 소련의 설원, 달리는 기차,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도주극은 시각적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첫 장면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팽팽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배경 자체가 주는 서늘한 긴장감이 있거든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냉전이라는 소재가 주는 역사적 파라노이아(paranoia), 즉 끊임없는 불신과 공포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두 주인공이 도망 다닐 수 있는 무대로 활용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냉전을 진지하게 다룬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고 가는 게 좋습니다. 실제 냉전의 역사적 맥락이 궁금한 분이라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냉전 항목을 참고해 보시면 영화 감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케네스 브래너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케네스 브래너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셰익스피어 연극이나 《오리엔트 특급 살인》 같은 묵직한 작품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데 《메이데이》에서 그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냉혹한 전직 요원이라는 캐릭터의 무게는 유지하면서도, 맥도날드와 록 음악에 흥분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코믹하게 녹여내는 방식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감독 조너선 골드스타인과 존 프랜시스 데일리 듀오는 《게임 나이트》와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로 이미 이런 방식의 앙상블 코미디를 잘 다루는 감독들입니다. 앙상블 코미디(Ensemble Comedy)란 한 명의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배우들의 조합과 케미스트리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장르를 말합니다. 이 듀오가 브래너를 캐스팅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꽤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조연 쪽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닉의 딸 안나 역을 맡은 마리아 바칼로바나, KGB 추적자 알렉산더 볼코프를 연기한 마르친 도로친스키 모두 존재감 있는 배우들인데, 러닝타임 안에서 충분히 서사를 펼치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의 러닝타임(Running Time), 즉 상영 시간의 제약이 아쉽게 작용한 부분입니다. 더 넓게 펼쳐졌다면 좋았을 이야기들이 눌려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재 이 영화는 애플 TV+ 공식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께 맞는 영화인가

《메이데이》를 보고 나서 주변에 추천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봤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모든 분께 맞는 작품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기대를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꽤 갈릴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분께 잘 맞을 것 같습니다.

  1. 라이언 레이놀즈의 능청스러운 유머와 케네스 브래너의 예상 밖 코미디 연기 조합이 궁금한 분
  2. 80년대 레트로 감성과 버디 무비(Buddy Movie), 즉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장르를 좋아하는 분
  3. 무거운 철학적 메시지보다 잘 짜인 액션 시퀀스와 배우들의 호흡에 집중하고 싶은 분
  4. 주말 저녁 간식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웰메이드 오락 영화를 찾는 분

반대로 냉전 시대의 역사적 긴장감이나 이념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을 원한다면 기대치를 조정하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메이데이》는 그 방향으로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로튼토마토 지수 80%를 상회한다는 점은 이 영화가 의도한 바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두 배우가 얼마나 재미있게 티격태격하는가'입니다. 저는 그 기대 하나로 충분히 즐겼습니다. 비슷한 결의 영화를 찾는다면 같은 감독 듀오의 전작인 《게임 나이트》나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도 한 번 찾아보시면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GztXdfSPmA